슈퍼비랑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꽆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덛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지자운동을 계속 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지난해, 성황리에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 에서 소개되어 더욱 더 유명하게 된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 첫장을 채우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선물 받은 책인데, 무려 '감성치유 라이팅 북'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하여름 독자들에게 맑은 서정을 선물 하겠다는 김용택 시인은 지난 시대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장르인 시를 엮어 '시가 내게로 왔다'를 소개해 대중에게 시가 좀 더 친숙해지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중에 중고등학생 시절에 접했던 시들이 꽤 있어 반가웠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꽃' 도 수록되어 있다.

"접시꽃 당신"을 처음으로 도종환 시인을 알게 됐었는데 정말 시는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새겨진다 라는 말이 맞나보다. 시를 잊고 살았고 초등학생 시절에 루이 암스트롱을 외치면서 동시 100편을 달달 외우던 때와는 달리 어떤게 시인지 어떤게 은유법인지 누구의 한(恨)인지 도통 뒤섞여 알 수 없었는데. 이렇게 다큰 성인이 되어서 시를 만나서 부끄럽고 반가웠다.

예전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거의 폐교 직전의 학교라서 전교생이 근 서른명 남짓에 한 반에 다섯명도 되지 않았을 때에 선생님은 시를 써오라고 하셨다. 어떤 표현이라도 좋으니 봄을 적어 오라고 하셨다. 책상머리에 앉아 몇십분을 웅크리고 끄적이다가 집앞 동산에 진하게 피워낸 개나리 울타리와 진달래를 보고 집으로 다시 들어와 연필을 굴렸다. 흘깃 보니 책꽂이에는 낡아 빠진 시집 한권이 있었다. 다시 연필을 잡아 시집의 첫 문단을 베껴 썼다. 그리고 그 뒤엔 내가 주절주절 사족을 갖다 붙였던걸로 기억한다.

어린마음에, 잘 써서 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선생님은 검사를 하시다가 뭔가 갸우뚱 하시더니 나를 혼자 살짝 불러 앞에 세우시곤 조곤조곤 물으셨다. "정말 네가 쓴게 맞니?" 나는 끙, 하면서도 당당하게 "네"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알겠다." 한마디 하시곤 나를 돌려 보내셨다. 그리곤 그 일을 새까맣에 잊고 지냈는데 멀지 않은 미래에 알게 됐다. 우리집에만 흔하게 굴러 다녔던 낡은 시집이 아니라 누구나 알법한, 알 수 밖에 없는 시(詩) 였다는걸.

 

"겨우내 참고있던 진분홍 그리움이 진달래로 피는 봄"

 

이해인 수녀님의 '어느 봄날' 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종종 생각한다. 알겠다고 나를 되돌려 보낸 선생님을, 그리고 거짓말을 했던 그 창피한 어린시절의 나를. 이 이야기는 생각해보니 누구에게도 한적이 없지만, 결론은 어린시절부터 시를 가까이 하고 살았지만 정작 그 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젠 시를 읽고 또 느낌으로 위안을 받고 생각하는 새로운 일이 생겼다는게 기쁘다는 것이다.

항상 국어나 문학 시간에 선생님들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지금 읽는 책하고 어른이 돼서 읽는 책은 정말 다를거야." 라고 이야기 하셨다. 어릴때 읽었던 시와 지금 읽으며 내 손으로 하나하나 써내려가는 이 시(詩)들이 정말 다르다. 시간이 날때마다 예쁘게, 또 마음에 새기며 시를 가까이 두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