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비랑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게 됐다. 원래 이동진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 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지만 (뭔가 제목도 엄청 길다.) 책은 가방안에, 가방은 트렁크 안에, 나는 지금 이동중 이라는 상황에 그냥 읽을거리 없나 하며 손에 잡히던 책을 무작정 펼쳤던 것이다. 아무기대 없이 본 영화가 재미있고 아무 기대없이 먹은 음식이 꿀맛이듯, 이 책이 너무나 재미 있었다.

 

바질 홀워드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를 모델로 반짝이게 빛나는 젊은 청춘의 찰나를 초상화로 남겨주고 있었다. 바질은 더할 나위 없이 그레이를 아꼈다. 바질에게는 조금 위험하고 짖궃은 친구 헨리 워튼이 있다. 완성된 초상화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기운이 그대로 어려 있었으며 헨리는 젊음의 힘, 청춘의 아름다움을 그레이 자신이 스스로를 알도록  일깨워주게 된다.

 

 

"아! 젊을 때 당신이 젊다는 사실을 깨닫길. 쓸데없는 일에 귀 기울이고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돌이키려고 애쓴다거나, 흔해 빠지고 무지한이들, 천박한 인간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맡겨서 귀한 젊음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하란 말이에요.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 시대의 썩어 빠진 목표, 잘못된 이상이라고요. 당신의 삶을 살도록 해요! 놀라움이 숨어 있는 당신 삶을 살란 말이요! 어느 것이든 잃지 말고, 항상 새로운 감각을 가지도록 노력해요.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고...."

 

 

그레이는 헨리를 만나고부터 조금씩 낯선 시선과 사상으로부터 호기심을 갖으며 그동안 해보지 못한 생각과 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레이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으면서도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사랑하는 여인 시빌베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빌에게 청혼하려 하지만 헨리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만류했고 그레이는 그런 헨리에게 연인 시빌이 극장에서 연극하는 모습을 모여주기 위해 시빌이 공연하는 허름하고 낡은 극장으로 불러 앉혔다.

하루는 이모겐, 또 하루는 로잘린이 되기도 하는 시빌을 찬양하던 그는 시빌의 날카롭고 볼품없는 연기에 이별을 고하지만, 시빌은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자살한 시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레이는 헨리와 더 가까워지며 시빌에 대한 애정과 죄책감을 뒤로한 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취미를 가지며 지난날들과는 다른 날들을 보내게 된다.

어느날, 그레이는 바질에게 밭은 자신의 초상화가 미묘하게 변화가 있다고 느낀다.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초상화는 그레이가 처음 초상화를 보자마자 빌었던 소원대로 그레이 대신 늙어가고 있었다. 이 비밀을 지키고자 그림을 다락에 숨겨 놓고 불안에 떨면서도 그는 점점 커지는 욕망과 쾌락을 탐닉하는데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가 육체적 쾌락과 관능의 충돌을 맞이하는 동안 그의 초상화는 세상 추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젊음과 아름다움을 안고 살아가는 햇빛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만큼 그의 주변에는 온갖 난해한 추문들이 돌았고,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 바질은 그를 찾아가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지만 이미 나락으로 빠져버린 그레이는 다락으로 바질을 데려가 진실을 밝히고 그를 살해한다. 그 후 그는 점차 저주받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아편굴을 드나들다가 누나의 복수를 결심하고 그를 찾아 헤메던 시빌의 남동생을 마주하게 되지만, 시빌의 남동생은 그의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하고 그를 놓아주게 되고, 시빌의 동생마저 총기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레이는 그간 자신이 살았던 삶을 괴로워 하며 다시 청년의 그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심의 마음으로 초상화를 찢어 버리지만 그는 칼에 찔린 채 주검으로 별견되고, 그의 초상화는 처음 바질이 그려준 그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우리가 가장 가까이 하는 외적인 아름다움과 쾌락의 추구를 뒤흔들어 결국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로 만나는건 바로 우리 자신의 양심 아닐지.

책에도 나왔듯이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는 것은 신부가 아니라 고해성사 그 자체라는걸 새삼 생각하게 된다.

 

*속독을 하지 못하는 편인데, 가독성이 좋다. 문장 하나하나에 꾸며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단어가, 그들의 상황이 재미 있었다. 뮤지컬도 언젠가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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